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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천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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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과 기화 전에 이런저런 글을 썼던 적이 있지만, 오늘은 기존의 생각들을 다 뜯어고쳐야할 것 같다. 이를 위해서 반성할 점은 그간 동학에 대한 시선이 너무 동양 종교(유, 불, 선/무)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점이다. 아, 이 점은… 사실 문제가 아니다. 동학-천도교의 교리 전개나 오늘날의 교습 역시 그러하니까. 다만, 수운의 사상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있어서 문제였다는 것일 뿐이다. 동학은 이름 부터가 서학을 의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그리스도교적인 시선을 집어넣을 생각을 못했던 것이 불찰이었다. 내유신령(內有神靈) 일전에 나는 신령은 신명을 수정한 단어일 것이라고 주장했었지만, 만약 수운의 조어 규칙(?)를 따른다면, 신명→신령이 아니..
지극한 힘: 지상천국 이 문서는 동학을 말하지만, 정통 동학-천도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이름하자면 '개변 동학(가짜)' 정도? 각자위심 모아진 한 마음이란 어떤 공통된 이념이나 신비로운 정신상태 같은 것이 아니다. 이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추상화된 힘에 힘 입어 나타나는 것으로, 만물이 이 힘을 간절히 원하고 또 바라며 밀고 나가려는 가운데, 그 동기가 되는 것으로 간절함이, 목적이, 꿈이 되는 것 즉, 한 뜻과 같으며 다른 말로 하자면 각자위심인 것이다. 세상 속 만물들은 모두 제 각기 품고 있는 뜻이 있다. 사람의 뜻, 나무의 뜻, 새의 뜻. 심지어 길 위의 돌덩이도 제 뜻이 있기에 어딘가로 굴러가지 않고서 그 자리에 머문다(그렇기에 뜻이라는 건 포괄적인 면에서 사물의 본성이나 목적성, 물리성 따위를 (잠..
한울과 하늘의 차이 '내 마음이 네 마음'이라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은 동학-천도교 신관을 탐구하는데 중요한 기표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해석상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뭐… 전에도 말했듯이 크게 보면 거기서 거기일 것이지만, 아마도 양립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1. '나와 너'가 같을 경우 먼저 첫 번째 해석은 나와 너가 동등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마도 정통 동학-천도교에서 지지하는 해석일 것이다. 이 것의 컨셉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한울) 마음이 네(사람) 마음과 같으므로, 한울과 사람은 (그 근본이) 같다. 마음이 같으므로 그 것을 담고 있는 주체도 같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전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마음(허령). 한 기운. 한울과 만물은 1과 2를 공유..
지극한 힘: 원자/분자 지극한 힘 이 물과 같은 이미지를 같는다고 가정한다면, 의암의 원자분자설은 아마도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붙여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초끈이네 소립자네 하는 중에 원자·분자 찾는 것은 상당히 낡아보이지만(왠지, 더 오래된 사대나 오행을 말하면 오히려 그럴싸하다;; 기분탓인가?), 실제 물리적인 원소를 말한다기 보다는, 그 형태만을 빌어왔다고 치면 나름대로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원자 ─── 분자 ├ 허(虛) ├ 허허: 단체(團體) └ 령(靈) └ 허령: 복체(複體) [※ 허허(혹은 령령)은 일단 의암 선생의 법설에 의거하여 넣어봄.] H₂O 처럼 ㅎ₂ㅇ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잡는다면, 이전에 말한 '복합적인 허령무엇'이란, 물이 여러 물 ..
지기(至氣): 주님과 제물 일전의 글에서도 적었지만, 혹시 나는, 지기 에 대해도 동학에 대해서 좀 잘 못 생각했던 것 같다는 느낌이 생겼다. 이 건 뭐… 다른 사람들도 대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으니 나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말하자면 '지기(至氣) 라는 개념이 생각보다 덜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러니까 보통 지기를 말하면 일기 즉, 하나로 통합된 우주적인 에너지와 같은 이미지를 갖지만, 본디 이 아이디어는 그런 우주적인 개념으로 부터 도출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매우 현실적인 대상으로 부터 이끌려져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허령창창(虛靈蒼蒼) 지기하면 따라오는 말이 허령창창(虛靈蒼蒼)인데, 보통 이 허령창창은 우주적이고도 현묘한 일기와 연관되어 '비었지만 가득찬' 것으로 해석된다. 정말일까? 그럼 허령창창..
수운의 신령과 기화 2020-01-01: 일부 바뀐 점은 여기에서 확인.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썼는데, 이번에는 약간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수운은 다음과 같이 용어를 변용한 것 같다. 강신(降神) → 강령(降靈) 접신(接神) → 접령(接靈) 이를 중심으로 좀 더 생각을 진행하자면, 수운의 용어는 다음과 같은 짝을 가지게 되는 것 처럼 보인다. 수운의 용어 일반 단어 변형 낱자 연관 단어 신령(神靈) 신명(神明) 靈 ← 明 허령(虛靈) 기화(氣化) 기운(氣運) 化 ← 運 조화(造化, 無爲而化) 강령(降靈) 강신(降神) 靈 ← 明 허령(虛靈) 접령(接靈) 접신(接神) 靈 ← 明 허령(虛靈) 천령(天靈) 천신(天神) 靈 ← 神 허령(虛靈, 天主) 즉, 수운은 일반적인 단어의 뒷부분을 약간씩 변형하는 식으로 자신의 용어..
靈의 표현 내 근본을 性靈이라 일컫는다면, 이 靈은 하나일까 여럿일까?[앞선 포스팅을 따른다면 性神. 차후에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만일 각 개체마다 靈이 주어져 있다고 한다면 그 것은 여럿이라고 할 만하다.반대로 개체 초월적인 대상을 天이라고 한다면 그 것은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天 = 靈 = 氣"의 관계 중, 天(한울)-靈(성령)은 하나-여럿이라는 관계로 맺어지며, 이 것은 수운-해월-의암-춘암으로 이어지는 동학-천도교의 내적 구조다. 반면, 내가 생각하는 수운의 초기 아이디어는 "天 ≠ 靈 = 氣"라고 생각되고,하나-여럿은 靈 자체에서 분화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靈이라는 것은 天의 소산이면서, 그 것의 가장 가까운 지시자가 된다. 즉, 강령 있음(하나, 靈)은 곧, 지기금지(여럿,..
동학/천도교의 神·靈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기본어? 중심어? 아무튼. 내유신령(內有神靈)의 신령에 대한 근간어(?)는, 영(靈) 보다는 신(神)이 될 것 같다. 논학문에서는 다음의 용어들을 볼 수가 있다. 氣化之 神 接靈之 氣 《東經大全, 論學文》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유신령의 신령 → 神(강령 있음, 강령은 곧 지기금지)외유기화의 기화 → 氣(조화 있음, 조화는 곧 무이이화) 수운은 다음과 같이 용어를 변용한 것 같다. 강신(降神) → 강령(降靈) 접신(接神) → 접령(接靈) 동학-천도교에서는 (내부적인 해석은 잘 모르겠지만) "✕靈"이란 단어들(신령, 허령, 천령 등)로 부터 이끌려나오는 것들을 통틀어서 영(靈)이란 단어로 개념화하는 것 같다. 그래서 "천(天)은 곧 영(靈)"이 되며, 다음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