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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일지/메모장

호접지몽(胡蝶之夢)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런 해석도 가능할까? 일단 장자의 호접(지)몽.


昔者에 莊周夢하니라
옛날에 장주(莊周)가 꿈을 꾸었다.


爲胡蝶호니 栩栩然胡蝶也러니

호랑나비였는데 펄럭펄럭 경쾌하게 잘도 날아다니는 나비였으니

自喩適志與라 不知周也호라
스스로 유쾌하고 뜻에 만족스러웠는지라 자기가 장주인 것을 알지 못했다.

俄然覺하니 則蘧蘧然周也러라
얼마 있다가 화들짝하고 꿈에서 깨어 보니 갑자기 장주가 되어 있었다.


不知케라

모르겠다


周之夢에 爲胡蝶與아 胡蝶之夢에 爲周與아
장주의 꿈에 장주가 나비가 되었던가 나비의 꿈에 나비가 장주가 된 것인가?


周與胡蝶은 則必有分矣니 此之謂物化니라
장주와 나비는 분명한 구별이 있으니 이것을 물화(物化)라고 한다.


<胡蝶之夢>, 《莊子(1)》, (동양고전종합DB, 전통문화연구회) 인용.


나는 이 호접지몽의 글만으로는, 생각보다 상대주의나 물아일체 같은 요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인지, 멍청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요소들을 읽어내기 위해선 장자 속에 흐르는 맥락이라는 걸로 떡칠(?)해야만이 가능한 것 처럼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저 텍스트만으로는 전혀 못 읽어내고 있다;;


아무튼 장자의 맥락이란 건 치워두고서, 텍스트만으로는 이렇게 읽힌다.


  1. 장자는 꿈을 꾸었다.
  2. 온전한 나비가 되어서 펄럭펄럭 날아다닐 뿐, 자기가 장자인 것도 몰랐는데,
    불현듯 깨고 보니 다시금 장자가 돼 있었다.
  3. 장자가 자기 꿈에서 나비가 된 건지,
    나비가 자기 꿈에서 장자가 된 건진,
    모르겠지만,
  4. 장자와 나비는 분별될 수가 있으니,
  5. 이 것을 객관화[物化]라 이른다.


머, 장자가 보면 헛소리 말라고 하겠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