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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일지/메모장

영혼 이것저것

혹자는 영혼에 위계를 두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수준-고수준이니, 1단계-2단계-3단… 머 이런 식?


옛 사람들은 구분은 대개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1. 육체: 가시적, 물질적, 만질 수 있는 부분.
  2. 정신: 비가시적, 비물질적, 의식할 수 있는 부분.
  3. 영혼: 초가시적, 초물질적, 경계를 벗어나 있는 것.[그냥 '초-'만 붙여보았음.]
  4. (사람에 따라 다름).

그리고 보통 영혼이라 말하는 부분은 의식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가 몽땅 들어가는 있는 듯 하다.
요즘으로 친다면, 꿈과 같은 비의식(무의식)의 부분을 영혼이 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어… 위의 말이 좀 어폐가 있긴한데, 옛 사람들에게 영혼이란 생명의 근본과 같았다.

즉, 지금은 '육신의 내'가 '뇌라는 장기'를 사용하여 나를 움직이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보지만,
옛 사람들에게는 초월적인 생명을 가진 '영혼'이 육신이라는 옷을 입고, 움직이고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보았다.

뇌를 통해 영혼이라는 가상의 뭔가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라는 의식 너머의 뭔가가 뇌라는 장기를 취한 뒤, 정신 작용을 통해서 생각하는[활동하는] 것이다.

좀 더 단순하게 그려본다면, 영혼이라는 나 아닌 내가 육체라는 유기체 덩어리에 탑승하여 움직이는 것.

[내가 망원경으로 멀리 본다면? 영혼이 신체인 눈과 그 연장인 망원경을 도구로 삼아, 시각을 획득하여 활동한다는 식.]


사후의영혼을 두고서 푸르스름하니 희끄무레하니, 에텔체인지 기 덩어리인지의 인간 형상이라든지
아무튼, 별스런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발상에 기인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타자치며 손가락을 놀리는 것도 어떻게 보면 영혼이 치고 있는(?) 것과 같다.

영혼이 '손'이라는 부위를 얻어가지고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본다면, 영혼이란 것은 정신으로 볼 수도 있고, 육신으로도 볼 수가 있다.

[성경 속 생령(네페쉬) 따위. 영육이원론에서는 보론이 없이는, 좀 힘들 것 같다.]

예전에 총몽이라는 만화에서(요즘 알리타…로 나온다는 그 만화),

뚜껑을 열었다가 충격받는 장면과 함께, '나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느끼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현대인의 관점에서나 충격이었지, 옛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충격적인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 있어야 할 부위가 없다는 점에서는 충격일 수 있을까?


그리고 처음에 언급했었던 위계 말인데,

생각해 볼 때, 그 기준이란 건, 정하기 마련인 경우가 많은 것 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소급하기 마련인 것인데, 이른 바 무한퇴행에 빠질 여지가 다분하다.

A: 드디어 나는 영혼의 3단계 까지 깨달았다.
B: 아닌데? 영혼은 4단계 까지 있는 것이니, 넌 아직 부족해!
C: 허허, 실제론 5단계 입니다.
D: 그 위에 더 있지롱〜
등등


만일 내게 영혼 위로는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면(하나님을 제외하고서),
나는 그 자리엔, 이름[名] 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어디까지나 옛사람의 관점에서 그렇다).

그러곤 이름이 곧,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