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어떻게 잘까로 여러가지 생각하다가 '혹시 잠도 나누어 잘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 해서 찾아보니 이른바 분할수면(다상수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더불어서 이와 연관된 한가지 의문이 풀렸다.
※ 다상수면이 제대로된 수면방법인지에 대한 건 논란 있음.
그러니까 그리스도교에는 역사적으로 시간전례 또는 매일전례라는 것이 있다. 그 중 정교회의 편성표(?)를 보면 다음과 같은데,
- 만과(저녁기도)
- 석후과(제1밤기도)
- 심야과(제2밤기도)
- 조과(아침기도)
… 등
이중 위의 2·3항에 대한 정교회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전략) 석후과는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드리는 예식입니다. 이 예식은 세가지 주제에 초점을 둡니다. 먼저 지나간 하루에 대한 감사가 있습니다. 밤 동안의 보호를 간청합니다. 그리고 낮 동안에 행한 잘못에 대한 용서를 간구합니다. 심야과는 명칭이 말해주듯 한 밤중(자정)에 드리는 예식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노동과 수면 습관의 변화로 인해, 이 예식은 요즘 거의 수도원 공동체에서만 제한적으로 드려집니다. (후략)
전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석후과는 자기 전에 드리는데, 심야과는 또, 밤 중에 드린다고? 그럼 자다 일어나서 해야하는 건가?'라는 식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것이었다;;
전통적인 시간전례는 분할수면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따라서 저녁식사 후 잠깐 일하고 1-2시간 잔 다음, 한밤 중에 일어나서 다시 할일(전례 등) 좀 하다가 다시 자는 방식인 것이다. 이에 대한 패턴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는데(패턴 중 일부는 너무 억지스러워서 저게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인위적으로 자기 위해서 계산적으로 고안된 형태라고 생각됨), 실제로 해보면 처음에는 수면 패턴이 헷갈리기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지만, 익숙해지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다만, 저녁과 밤에 2중으로 자야하므로 저녁에 있을 취미나 개인 시간이 몽땅 날아간다는 점이 문제.
덧.
예전에 시간전례와 숙흥야매잠(성학십도 위주)을 어떻게 결합시켜 볼까 하다가 갈피를 잡지 못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답은 간단해졌다. '자고 일어났다가 다시 자면 될 것'이다.
덧2.
다상수면 자체가 단상수면 보다 낫다 싶은 점은 별로 없는 것 같고, 역사적으로도 이런 식으로만 수면했다는 건 아닌 것 하다. 다만 일률적으로 단상수면화된 건 근대화의 영향인 듯. 또한 이에 대한 반동인지, 몇 가지 신화적인 낭설들이 따라다니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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