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의 어원에 대해서 생각해봄.
도깨비의 과거형은 돗가비. 그래서 처음에는 도ᇧ아비[←도ᇧ+아비]로 생각해 보았다. 도ᇧ은 돗자리를 말하니 곧, "'사람과 함께 머무른, 오래 묵은 돗자리 귀신'으로 부터 뜻이 확장된 것이다." 정도? 이러한 연유는 다음과 같았다.
- 예전에 있었던, 꼬비꼬비란 애니의 영향…ㅋ;;
- "도깨비는 쓰쿠모가미와 비슷하다?!"란 설의 영향.
첫 번째 보다는 먼가 그럴 듯 해보인다. 그래서 이 번에는 가비도 "갑+이"로 분해하였다. 그렇게 놓고보니 뭔가 비슷한 단어가 떠오른다?
도깨비<돗가비 ← 돗+갑+이 : 갑(kap) ↔ 검(kvm) ≒ かみ(kami)
그래서 생각하기를, 혹시 '갑'이란 건 신령스러운 것을 뜻한는 '검'과 대립하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추론이 생겼다. 구도를 잡으면 이렇게 될 것이다.
- 검: 사람에게 이로운 신령스러운 존재.
- 갑: 사람에게 해로운 악령스러운 존재.
[이게 맞다면, 모음·받침의 대립이 눈에 띈다.]
일단은 이렇다고 생각해보고… 그렇다면 '돗'은 어디에서 온 걸까? 사전을 뒤져보다가 보니 이런 단어가 눈에 띈다.
덧
[명사]
1. 빌미나 탈.
상처를 잘못 만져 덧이 나다.
이제 이를 결합하여 "덧+갑"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다.
덧갑: 빌미나 탈을 나게하거나 부르는 악령.
그런데 현대어에서는 도깨비<돗갑이였으니, 다음 두 가지 안이 있을 것 같다.
- 돗 은 덧의 변형이다.
- 돗·덧 은 모두 ᄃᆞᆺ(tɒs)의 변형이다.
참고로, 도깨비 어원을 뒤지는 중에, 아이누어로 유령/환영에 속한다는 'tukap'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땅에 아아누어가 있을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쩌다 비슷하게 나타난 것 같다. 아니면… 어떤 동조의 결과일까??
아무튼 요즘에는 도깨비하면, 잡귀잡신 뿐만 아니라 온갖 요괴를 통틀어서 부르는 느낌이지만, 그런 것 보다는 아이누어의 tukap에 가까운 영적 존재였을 것이다…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려본다.
덧. 악령에 대해서
요즘의 미디어 속에서는 보통 악령이라고 하면, '꾸에엑'거리면서 미쳐날뛰는 영혼으로 그리지만, 신화 속의 선한 신들이 인간에게 우호적이라고는 해도 항상 선하게만 굴지 않는 것 처럼, 도깨비 역시 악령이지만 마냥 공격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대체로 선하기 때문에 선신이고, 대체로 악하기 때문에 악령이겠다. '장난을 좋아하는 도깨비'이니 뭔가 친근감 있는 어감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도깨비가 있었다면, 정말로 장난삼아서 고층 건물 밑으로 돌을 던져보는 존재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