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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일지/└ 개변 동학(가짜)

한울과 하늘의 차이

'내 마음이 네 마음'이라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은 동학-천도교 신관을 탐구하는데 중요한 기표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해석상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뭐… 전에도 말했듯이 크게 보면 거기서 거기일 것이지만, 아마도 양립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1. '나와 너'가 같을 경우

먼저 첫 번째 해석은 나와 너가 동등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마도 정통 동학-천도교에서 지지하는 해석일 것이다. 이 것의 컨셉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한울) 마음이 네(사람) 마음과 같으므로, 한울과 사람은 (그 근본이) 같다.

 

마음이 같으므로 그 것을 담고 있는 주체도 같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전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1. 한 마음(허령).
  2. 한 기운.
  3. 한울과 만물은 1과 2를 공유한다.

 

그렇다면 위 말은 사실상 '천성(天性)이 곧 인성(人性)'이라는 것을 돌려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라고 물으면, '수운은 기철학자라서 이치에 해당하는 성품을 말하지 않은 것'이라는 답변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내밀한 본질이 같다면, 외적으로 드러나는 한울과 만물의 질적·양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해지는데, 여기에는 기운의 청탁으로 설명하려는 전략이 주로 제안될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설명한다면, 사람이 한울을 모시는 건 결국 자기가 자기를 모시는 것과 같다. 즉 자신을 지극하게 섬기는 것이 바로 한울을 지극하게 섬기는 것이 되며, 자신 뿐만 아니라 만물도 역시 그런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해월·의암의 법설과도 잘 맞아들어가므로 충분히 지지할만 하다고 볼 수 있으며, 기존의 '한울'이라는 신명의 근거도 된다.

 

한울과 만물의 동질성에 대한 의문 역시, 한울이 직접 그렇게 전했다 는 계시가 있다면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고.

 

2. '나와 너'가 다를 경우

다음 두 번째 해석은 나와 너가 다를 경우다. 그래서 정통 동학-천도교에서는 이렇게 보지 않고 있을 것이나, 그리스도교와 같은 초월신관을 꿈꾸거나(?) 영향을 받고 있다면 이런 방향으로도 생각해 보지 않을까 싶다. 이 컨셉은 이렇게 볼 수가 있다.

 

내(하늘) 마음이 네(사람) 마음과 같은 것은, 하늘의 한 마음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주체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들어가겠다.

 

  1. 여러 마음(허령).[→ (모여서) 한 마음.]
  2. 하나의 힘.
  3. 하늘과 피조물은 2의 영향을 받은 1로서 만난다[1을 전제한다].

 

이 안은 하늘과 피조물의 본성이 같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것들은 같아지려고 노력한다. 여기에는 약간의 형이상학적인 양념이 들어가는데, 그 것은 방향성이다. 즉 흩어져 있던 다수의 마음이 어떠한 방향성을 좇아서 모아진 한 마음으로 드러나고, 이로 부터 표상되는 것이 하늘이다. 피조물은 각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하늘의 한 마음에 동참하게 되는 것으로 부터, 피조물과 하늘은 그 마음으로서 같(아진)다.

또한 첫 번째 안과 달리 하늘과 피조물은 애초부터 다르므로 별도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학-천도교인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인이 굴려보기에도 좋아지며(?), 수운의 법설에서 돌려말하기에 대한 의문도 철회된다.

[※ 모아진 한 마음 이란 건 사회적인 의미지 정신적인 의미가 아님. 그런 건 부차적으로 끼워지는 것.]

 

이를 바탕으로 첫 번째 속 설명을 다시 설명한다면, 하늘과 인간은 마음으로서 만나는 것이므로, 자기가 아니라 이 (하나로 모아진) 마음을 섬기는 것이 하늘을 섬기는 것이 된다. 또 부족해 보일 수는 있지만 역시 해월·의암의 법설을 끌어쓰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나(전제는 상당히 다르지만), 처음 부터 '울'이 아니므로 기존 신명인 '한울'에 대한 연관성은 많이 약해진다.[하늘(?)로 가즈아〜〜!]

 

두 번째 안은 어떤 그리스도교인의 성향을 따라간 형태일 수도 있겠지만, 혹 이미 있던 동학-천도교의 신관일 수도?

 


 

일전에 동학-천도교의 신관이 범신론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확실히 첫 번째 안을 지지하고 있다면 범신론이 맞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