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의 이기론은 결국 맹자의 성선설을 전제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로써 그 기원을 추적할 만하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성선).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성리학의 심성론이 무너지고, 자동으로 우주론도 무너진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퇴계가 이/기를 각각 '선한 마음(=우주적인 순리로 연장 가능)'과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마음'으로 바라본 것에 대하여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퇴계는 주자의 아이디어와 그가 전제한 발상을 바로 이해한 것이다.[후학들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또, 퇴계의 호발설 역시 성선과 이로 부터의 전개라고 본다면 매우 적절하다. 퇴계의 이론이 논리적인 면으로 부터 문제점이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주자의 전제로 부터 멀어졌을 경우에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율곡으로 대표되는 이기론의 경우는 논리의 적합성에 따라서는 바르게 풀어내었지만, 앞서 말하였듯이 원래의 궤도 혹은 관계성[본성 → 본체(연장 혹은 당위성)]으로 부터는 벗어나버린[역전되어버린] 경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율곡은 자기 주장에 대한 의의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퇴계가 말년에 한 말 중에 본문에 쓰이기 적합한 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였더라?]
도심즉리(道心卽理)
퇴계의 사상을 축약한다면 곧, 도심즉리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퇴계가 이렇게 주장한 적은 없다.]
[心, 合理氣·統性情.]
도심 → 리
인심 → 기
퇴계는 양명학을 접하고 비판을 가하는데, 이는 단순히 주자에 대한 빠심에 기댄 것 뿐만이 아니라 본인의 이론 역시 양명 처럼 심학을 주제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라이벌 의식?).
그리고 도심즉리라 말하였지만, 양명의 심즉리와 같은 점은 없다. 양명의 심즉리가 외물과의 관계성 속에서 나온 것인데 반하여, 도심즉리는 어디까지나 주자학의 틀, 즉 궁리적인 관점에서 이렇게 파악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니까.[다만 의미를 좁게 잡는다면 통하는 바가 있을지도?]
덧붙여서 퇴계의 경(敬)을 어떠한 태도일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향한 '지향'으로써도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양명학스럽게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퇴계가 '지행병진'을 말하였을 때, 그 스스로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 않았을까 한다. 지행병진… 아무리 봐도 지행합일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다.
사칠논쟁
사칠논쟁은 '주자의 발상 vs 논리적 타당성'으로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한자면 주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전개하였지만, 일부 미진하였던 관계로 이를 그 후학들이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게 된 사건이다. 이 논쟁에서 퇴계의 포지션은 상당히 불리한데, 논리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라 퇴계는 주자가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다.
제목은 성리학의 이기론인데, 쓰다보니 퇴계 이야기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