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의미 없는 생각이었다. ㅇ은 일상적으로 이미 죽어서 끝났다.
2015-10-11
한글의 불운함 중 한가지를 꼽아보자면, 흠…
생각해 보건데, 글자를 만들어주어도 먹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날려버리게 된 일일 것이다.
ㅇ 말이다.
ㅇ은 숫자로 치자면 0에 가까운 녀석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써먹지를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냥 놔두면 다행인데, 다른데다 써버리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인 것이다.
[0을 쓰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결국에는 10에도 0이 들어간다는 것에 착안하여 10 대신 0으로 쓰고 있는 상황이다.]
ㅇ/ㆁ
내가 생각하기로, 세종이 자형을 디자인하였을 때, ㆁ 보다는 ㅇ을 먼저 만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꼭지'에 값을 매겨, 소릿값이 있고 없음을 부여하였으니 이 또한 훌륭하다.
음양? 아니, 그 것과는 다르다. ㅇ/ㆁ은 대대의 개념이 아니다. 그저 단순히 값의 유무에 따라, 다른 범주의 자형이 상관되게 디자인되었다는 점에서 수리적인 면이 더 돋보이는 것이다. 음… 확실히 0/1에 가까운 식이다.
잉
'잉'은 [ㅇㅣ]로 읽혀야하지만, 이제는 대부분 그렇게 읽지를 않는다. 다들 [ㅇㅣㆁ]으로 읽는다. ㅇ이 ㆁ으로 덧씌워져 버렸다. 첫소리값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반토막난 상황이다. 그러나,
대체로 중요하지 않음.
사실 일상적인 언문생활에서는 별로 중요치 않은 문제다. 단지 개념/기호가 훌륭하게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반토막나버린 상황이 아쉬울 뿐이지. 이건 마치 어떤 이들이 '0은 없다는 것'이니 굳이 쓸 필요가 없다며 사장시켜 버린 것과 같다.[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적어도 ㅇ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면, 한국인들은 언문적인 토대로 부터 좀 더 추상적인 개념들을 얻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 것이 지니는 의미가 있던지 없던지 말이다. 잉ㅠㅠ
2차 충격
2차 충격은 전산화로 부터 왔다. 이전 까지만 해도 수기로 적었을 경우에는 ㅇ/ㆁ은 혼용(=혼합)되었으며, 이에 대한 판별도 훨씬 뒤로 미루어졌다. 하지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글자에 코드가 부여된 것이다.
한 글자당 한 코드값이다. 사람은 여전히 혼용하지만, 컴퓨터는 혼용하지 않는다. ㅇ은 언제나 ㅇ이인 체로, 江은 [ㄱㅏㆁ]이 아니라 [ㄱㅏㅇ]으로 일괄 표기되었다. ㆁ이 확실히 버려지고, ㅇ은 완전히 끝장난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현대 한국어 문서들이, 거의 모든 전산 기록물들이 ㅇ[ㆁ]을 대량으로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글자 마디
…라고 생각하였던 때가 있었다. 유니코드에 한글 자모와 한글 글자 마디가 들어가 있게 된 건 참 불행중 다행이다.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덕분에[현대 한국어 표기를 한글 글자 마디로 해주는 덕분에] 한글 자모쪽의 종성 ㅇ이 놀고 있게 된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또, 다행히(?) 현대 한국어 표기시 한글 자모를 조합하여 쓰이는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나머지는 죄다 글자 마디를 이용.] 이제 이를 이용한다면, ㅇ과 ㆁ을 확실히 구별하고 다시금 ㅇ의 개념과 지위를 부활시켜볼 여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유니코드 만세.
+ ㅇ이 다시 온전해 지기를.
[※한글날 쓰려던 글인데, 미루어졌다.]